현재의 위기 상황 출발 시점은 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요?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일단 그 시작 싯점을 본격적인 주가 하락이 시작된 ‘07년 10월로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위기 시작 직전의 미국 상황은 어떠했을까요? ‘07년 8월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10월까지 호황을 누립니다. (‘07년 10월 9일 다우지수(종가) 14,164 돌파)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은 ‘07년 초부터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했었죠. 부동산 버블 붕괴 싸인이 이미 먼저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부의 분배현황도 대공황 때 보다는 좋다고 하지만 Private Equity를 포함한 금융 업계 중심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Super Rich들의 등장 등 부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8%를 차지. 중산층 비중 60% 이하(여전히 대공황 때의 20%라는 수치보다는 좋지만, 중산층이 70~80% 정도인 타 선진국 대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비중임.)) 이쯤되면 키워드 몇가지는 대공황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봐야겠네요. 주식 호황, 부동산 버블, 부의 편중 심화. (이 밖에 그때와 지금의 공통된 키워드 중 하나가 '금융부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회 있을 때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07년 이후 주식, 주택가격, GDP 상승률, 실업률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볼까요? (아래 그래프 참조. Home Price와 GDP는 2000년 $가치로 조정한 실질(Real) data들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대로 이번 위기는 주택 가격 하락이 선행했습니다. (부동산 버블이 문제의 시작이자 핵심이었으니까요.) 각 지표들의 변화 정도와 속도를 비교해 보죠.
- 주가:
- 대공황: 폭락 후 1년반 동안 최대 약 57% 하락 (대공황 전체 기간 중 최대 하락폭은 ‘32년 6월 약 89%)
- 현재: 위기 발생 후 1년반 동안 최대 약 54% 하락 (‘07년 10월 최고점 대비 ‘09년 3월 9일 종가)
- 실업률:
- 대공황: 폭락 다음 해인 ‘30년 8.7% (‘31년 15.8%, ‘32년 23.5%, ‘33년 23.7%)
- 현재: 위기 발생 후 1년간은 4~6% 정도, 1년 반 후인 ‘09년 2월 현재 8.1%로 상승. “아직까지는” 대공황 시기보다는 양호(?)하다고 봐야 할까요?
- GDP 성장률(Real GDP):
- 대공황: 폭락 다음 해인 ‘30년 –8.6% (‘31년 –6.4%, ‘32년 –13%)
- 현재: 위기 발생 후에도 1년간 (‘08년 3사분기까지) 지속적으로 + 성장. ‘08년 4사분기에 처음으로 –0.8%
Apple-to-Apple 비교는 어렵겠으나, 일단 실업률과 GDP 성장률만 놓고 본다면 현재 상황이 대공황 때보다는 심화 정도와 속도면에서 좀 양호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의 추이겠지요. 지금까지 좀 양호하다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 낙관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 싶습니다. 주식도, 실업률도, GDP도, 주택가격도 아직까지 바닥이라고 할 만한 충분한 싸인이 없기 때문이지요.
또하나 걱정은, 급속도로 높아지는 미국의 부채비율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9년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변수가 발생한 1945~1950년 사이를 제외하고는 19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네요.
(얼마 전에 블룸버그에서 들은 어느 미국 하원의원(누군지는 모르겠지만)이 재무장관 팀 가이스너에게 한 질문이 생각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막대한 정부 지출금들을 도데체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앞으로 중국이 지금까지처럼 별 문제없이 계속 미국 국채를 구입해 줄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에 대한 가이스너의 답변이 좀 걱정스러웠다. “지금 정부가 아무런 action도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어려워 집니다. 우리는 뭐라도 해 보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질문을 잘못 알아들어서는 아닐거고 대답이 궁해서 한 준비된 동문서답은 아니었을런지…)
(Data 출처: www.bea.gov, www.tradingeconomics.com, S&P Case-Shiller, www.bls.gov. 이번 것도 raw data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
사족> 이번 글에서는 현재 위기 상황을 ‘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부터라고 보고 그 때부터를 대공황과 비교하였지만, 위기의 시작 시기를 더 멀리 2000년 발생한 닷컴 버블 때부터라고 보고 그 때부터를 대공황과 비교하는 경우들도 요즘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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